아스팔트 위의 사마귀
5ch VIP 개그 - 2006-07-22 11:07어제 있었던 일이야. 대낮부터 회식에 갔다 왔다.
이런 시간에 술을 마시다니, 너무 한심스럽다. 바보다. 바보 집단이다. 바보 일행이다.
그러나 그런 어리석은 행위에 적당히 동참하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는 중요한 미션 중 하나라는
점은 확실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적당히 마시는 척하며 속이는 작전을 취하기로 했다.
그 작전이 성공해, 난 곤드레 만드레 취한 바보 모두를 비웃으며 회식자리를 떴다.
약간 기분이 좋아진 채로 자전거를 타며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전방에 사마귀가 나타났던 것이다. 사마귀라고, 사마귀라고! 너…! 석양을 배경으로 아스팔트
위에 멈춰선 사마귀. 그 광경은 친숙하면서도 어딘가 슬픈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나는 안타까운 기분이 되어 그 사마귀를 목표로 돌을 던졌다. 사마귀 하면 위협 포즈.위협 포즈
하면 사마귀.
나는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사마귀가 그런 슬픈 모습이 아니라 그 특유의 위협 포즈를 취해
주길 빌었던 것이다.
그런 나의 뜨거운 기대에 응해 주었는지, 사마귀는 양팔을 상공에 높게 들었다. 나는 돌을 계속
던졌다. 거기에 반응하듯이, 사마귀도 그 양팔을 높게, 더욱 높게--- 이 딱딱하고 차가운 아스
팔트 위에서 강하게 사는 것이다! 사마귀의 그런 신념을 느낀 난, 사마귀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
자리를 뒤로 했다.
또 만나자구, 전사의 영혼을 가진 사마귀야…! 전사에 지지 않게, 나는 자전거의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강하게, 더 강하게.
뺨을 만지작거리는 바람이 기분좋다.
그 바람을 더 강하게 느끼고 싶어서, 페달을 밟는 다리에 더욱 힘을 가했다.
외운지 얼마 안되는 노래 "대니·캘리포니아"를, 모르는 곳은 적당히 얼버무려 흥얼거리며-
...어떻게 봐도 술주정꾼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sr (2007-07-04 17:07)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