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오타쿠 트릴로지

5ch VIP 개그 - 2007-02-26 12:02


에피소드 1 : 오덕대사



1. 오덕대사

한 어린 덕후가 노(老) 덕후에게 물었다.

"덕후시여, 우리네 덕후가 어떻게 현실의 여자를 사귀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러자 노 덕후는 그 어린 덕후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덕후야, 참아야 하느니라. 우리 덕후들은 지은 업보가 많아 현실의 여자를 얻을 수 없는 천형(天刑)을
받고 있는 것이란다."

어린 덕후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천형이요?"

노 덕후는 지그시 눈을 감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까지 욕보이고 겁탈한 여자가 몇이냐?"

어린 덕후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요, 욕보이기는 커녕 손목 한번 잡아본 여자조차도..."

그러자 노 덕후는 눈을 부릅뜨고 무서운 눈을 한 채 소리쳤다.

"갈! 2차원의 소녀들은 여자가 아니란 말이더냐. 네 그 무수한 여자들의 눈에 눈물 맺히게 했으니
그 어찌 현실의 여자와 이어지길 바라겠느냐."

그에 뉘우친 어린 덕후는 현실의 여자를 포기하고 자기 방에 은둔한 채 2차원 소녀들의 행복과 안녕,
쾌락을 위하여 남은 여생을 바치나니 덕후들은 그를 기려 오덕 대사라 불렀다.



2. 오덕과 현실의 여자

어느 날 오덕 대사에게 한 어린 오덕이 깨달음을 구하고자 물었다.

"대사, 만약 오덕에게 현실의 여자와 사랑을 할 기회가 찾아오면 어찌해야 하나이까."

그러자 오덕 대사는 눈을 지그시 감고 대답했다.

"그 여자를 놓아주어야 한다."

어린 오덕은 다시 물었다.

"만약 여자가 먼저 붙든다면 어찌해야 하나이까."

오덕 대사는 여전히 눈을 감고 대답했다.

"냉정하게 뿌리쳐야 한다."

어린 오덕은 재차 물었다.

"그래도 놓아주지 않으면 어찌해야 하나이까?"

오덕 대사는 그제사 지그시 눈을 뜨고 초탈한 표정으로 어린 오덕을 향해 대답했다.

"덕후여, 너는 어찌 네 욕심만을 바라느냐. 비록 현실의 여자가 잠시 눈이 멀어
덕후에게 마음을 주었다 한들 네 진정 그녀를 취해서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있느냐?"

그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 어린 덕후가 눈물을 흘리며,

"그리하면 어찌해야 하나이까?"

하고 묻자, 그에 안타까움을 느낀 오덕 대사 역시도 눈물을 흘리며 이리 대답했다고 한다.

"현실의 여자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라고 하거라."



3. 씹덕 대사

오덕 대사가 만년에 제자를 거두어 함께 정진에 힘쓰나니, 덕후들은 그 제자 역시도 존경하는 마음에
씹덕 대사라 불렀다. 그 씹덕 대사가 어느 날, 스승에게 아뢰었다.

"스승님, 저는 어찌하여 동정임에도 서른이 넘어서도 마법을 쓰지 못하는 것입니까?"

그러자 그 질문에 오덕 대사는 대답 대신 선문답같은 질문을 내밀었다.

"너는 덕후의 마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씹덕 대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하였다.

"마법이라 하면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일을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그 대답에 오덕 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미 넌 매일 매 순간 머리 속에서 마법을 부리고 있지 않느냐. 상상이 곧 마법이니라."

씹덕 대사는 그 말에 큰 깨달음을 얻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나니, 오덕 대사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내 이제 모든 것을 너에게 가르쳤으니, 부디 덕후들의 계도와 행복을 위해 힘쓰거라"

라는 말과 함께 홀연히 2차원 세계로 승천하니, 이후 씹덕 대사는 스승의 유언을 따라 남은 여생을
덕후들을 위해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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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2 : 씹덕대사


씹덕대사는 만년에 자신의 제자들을 모두 불러놓고 그들에게 한가지 화두를 던졌다.

"탈오덕이란 무엇이냐."


제자들은 멀뚱히 서로의 얼굴만을 바라보았을 뿐, 감히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그때 번쩍 손을 드는
제자가 있었으니, 씹덕대사가 덕경을 구하러 서역을 향했을 때 얻은 양이 제자 "오덩크"였다.

"그래 말해보거라."

오덩크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낭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탈오덕은 오타쿠를 그만두고 일반인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씹덕대사는 눈을 감은 채로 고개만 끄덕였을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이족
출신의 덕후 "오탁후'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물론 덩크 사제의 말 또한 틀린 것은 아니나, 스승님이 이런 화두를 꺼내신
것은 그에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즉, 오타쿠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타쿠를
초월하여 그 이상의 무언가로 거듭나는 것이 진정한 탈오덕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오덩크는 오탁후를 향해 말했다.

"사형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타쿠 이상의 무언가로 거듭났다고 한들, 그것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한번 덕후는 영원한 덕후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오타쿠를 그만두고 정상인
으로 거듭나는 것만이 가장 현실적인 탈오덕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탁후는 고개를 저으며 사제를 향해 답했다.

"나 또한 그 오타쿠 이상의 무언가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는 모른다. 단지, 정녕 그러한 것이
있다면, 모두의 편견이나 오해를 벗어던지고 편견을 부러움으로, 오해를 존경으로 바꾸어 진정으로
멋지고 대단한 무언가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탈오덕의 길이 아닐까? 탈오덕을 우리가
꿈꾸는 이유가 무엇이냐. 오타쿠의 길에서 무언가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그 회의를
자부심으로 바꿀 수 있는 무언가의 계기만 찾는다면..."

허나 오탁후는 더이상 자신의 개념을 설명하기가 벅찼는지, 말을 그만두었다. 씹덕대사는 그때까지도 제자
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오탁후의 말을 끝으로 잠시 초당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제사 씹덕대사는 눈을 뜨고 제자들을 향해 "제자들은 듣거라-"하는 말로 운을 떼며 답을 내놓았다.

"내 너희들의 의견들 들으니 너희들의 발전이 하루가 다른 것 같아 참으로 흡족하구나. 너희들의 의견은
분명 모두 일리가 있다. 허나 그것에는 한계가 있다. 자, 생각해보거라. 과거의 덕후가 이제는 일반인이
되었다 한들 과거의 그는 덕후가 아니란 말이냐. 그리고 내 기억 속의 나는 덕후가 아니란 말이냐?"

오덩크는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였다. 씹덕대사는 또 말을 이으며 이번에는 오탁후에게 물었다.

"설령 오타쿠 궁극의 경지를 밟아 이제는 덕후 뿐만 아니라 천하 모든 이에게서 존경과 감사를 받는 자리
까지 오르게 된다 한들, 그것을 과연 오타쿠를 탈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냐? 제 아무리 그것으로 성공
한다고 해봐야 시샘하는 사람들로부터 오타쿠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을 것이냐?"

오탁후도 답을 하지 못하였다. 씹덕대사는 혀를 쯧쯧쯧 차더니 목이 마른 듯 탁상 위의 물을 꿀꺽꿀꺽 마신
후, 드디어 화두의 답을 말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탈오덕의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니라. 진정한 탈오덕의 길은...."

성격이 급한 오덩크가 "그것이 무엇이옵나이까 스승님!"하고 묻자 씹덕대사는 품 안에서 무언가의 두루말이를
꺼내어 던져주었다. 제자들이 그것을 서둘려 펴보자 그 안에는 이렇게 4자가 쓰여있었다.

"자 살 강 추"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그 순간- 한 제자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

"스,스승님!"

모두가 놀라 스승 씹덕대사를 쳐다보니 씹덕대사는 입에서 붉은 피를 줄줄 흘리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오탁후는 씹덕대사가 방금 전 목이 마른 척 마신 잔에 하얀 가루가 침전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 스승님...탈오덕의 길을 직접 보여주시려고...자결을..스,스승님..."

모든 제자가 일제히 굵은 눈물만을 줄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그 무렵, 오탁후는  
쥐어짜내듯 스승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스, 스승님...하지만...자살을...하더라도...모두의 기억 속에서는 어차피 그래도..훌쩍...오덕후..
아닙니까. 훌쩍. 그것이 어찌 탈오덕이란 말이옵니까....크흑..."

그러자 씹덕대사는 스승이 가는 마지막 길까지도 스승에게서 한 자라도 더 배우려는 제자의 모습이
귀여운 듯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가는 길의 유언처럼 한 마디를 남겼다.

"...죽은 다음에...남의 기억이...무슨 대수란..말이냐..허허..허허헛...쿨럭! 크훕!"

그렇게 한 말이 넘는 피를 토하고 절명하니, 후세 사람들은 그 마지막 가는 길이 딱하다고 동정하면서도
제자들에게 한 자라도 더 가르치고 하나라도 모범이 되려한 그 자세는 실로 그의 스승 오덕대사에 비견해도
부족함이 없다며 씹덕대사를 위한 4행시를 지어 그 덕을 칭송했다.


자살강추

                                  -   작자미상


자 애로운 스승으로 오덕대사가 있었고,
살 신성인 스승으로 씹덕대사가 있었네.  
강 호의 모든 덕들이 이들만 같다면  
추 호인들 덕들이 천대받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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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3 : 나의 전뇌 인생을 마치며





댓글

오딘 (2007-02-26 12:02)

3편보고 반전 멋졌습니다 ㅋㅋ.... 그딸조차 망상이라니 멋진 오타쿠인생이었군요[응?

아스나리카 (2007-02-26 13:02)

마지막 반전이 멋집니다ㅠ_ㅠ

S-3 (2007-02-26 13:02)

별로 떡밥같진 않은데 재미가 없-;

cocori (2007-02-26 14:02)

딸조차 망상은 아니라 생각해요. 임종 직전 주마등에 가려진…. 어쨌든, 고 오덕후 옹의 과거 이야기도!
cocori (2007-02-26 16:02)
아앗, 그렇네요.

꼬마 (2007-02-26 16:02)

일생을 홀로...(...)

TheN (2007-02-26 19:02)

'자 살 강 추' 에서 눈물나네요.

라랄라 (2007-02-26 22:02)

역시... 아무리 여덕후라도 저런 원로급 오덕이랑 결혼한단말야!?: 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MunFNS (2007-05-07 22:05)

제길...이 형.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꿀꿀이 (2007-05-07 22:05)

자살강추 아 최고다!!! 푸하하하

Kaind92 (2007-12-13 20:12)

재밌게 봤습니다 퍼가도 되겠지요?

흐린오늘 (2009-11-23 10:11)

오타쿠들의 자기한탄의 마음이 절절이 느껴지는는군요...

우윙 (2011-02-08 07:02)

사귀지 못한다는것 보다는 사귀려는 노력을 안하는거같음..

아키타 네루 (2012-08-10 22:08)

일평생을 홀로 살았다면 아내역시 망상이었습니까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