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선생님
5ch VIP 개그 - 2007-02-10 01:02
고교시절에 신세를 진 학원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선생님은 키도 크고 몸도 아주 좋으신 훌륭한 체격의 분(추정 40대 중반)으로, 목소리도 굵고 정말로 잘
가르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친절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학생들과는 또 분명한 어떤 거리를
확실하게 가지시는, 프로 중의 프로 같은 그런 분이었습니다. 그 분에 대한 한 에피소드를 학원 접수처의
아주머니에게 들었습니다만…
예전에, 극우집단의 선전차량이 학원 바로 앞의 큰 길에 진을 치고 연설을 하는 바람에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두가 센터시험을 코 앞에 둔 중요한
시기에.
선생님은「잠시 실례하겠습니다. 10분쯤 후에 돌아올테니까 모두들 그동안은 나눠드린 영어 프린트의
장문을 번역하고 있으세요」라고 말하고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교실을 뒤로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쩔
셈이시지? 하고 생각한 당시 학생들은 몰래 그 뒤를 밟았는데, 선생님은 그 극우집단의 선전차량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차량 옆에서 마이크로 소리를 지르고 있던 극우세력의 젊은이에게
「당신들은 저 간판(학원간판)이 안 보이는가!
나라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학생들이 면학에 힘쓰는 것을 방해할 작정인가!
그것이 나라를 사랑한다고 부르짖는 당신들 우익세력이 할 일인가!」
라며 큰 목소리로 고함을 치셨다고 합니다. 극우 젊은이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에게 다가왔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학생들은「큰일이야」,「사람을 불러야겠어!」라며 허둥댔을 뿐. 그러나 그 찰나, 차
안에서 무서워보이는 인상의 늙은 남성 하나가 나타나 젊은이를 말리며 선생님을 향해
「말씀하시는 것, 정말로 지당하십니다. 이러한 보기 흉한 일은 더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고개를 숙였다고 합니다. 선생님도 또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이며 예를 다했고, 곧 그 선전차량은 떠나갔다고 합니다.
담담하게 학원으로 돌아오는 선생님을, 몰래 지켜보던 학생들이 흥분해서「굉장해요!」라고 마중나가자,
선생님은「호오, 그새 번역을 다한거야? 믿음직한데?」하며 피식 웃고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 소음
차량이 떠나 조용해진 교실에서 수업을 재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피 (2007-02-10 02:02)
존경스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