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생님 말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차피 역사를 쓰려면 기록이건 뭐건 남아있는 걸로 써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역사가 반만년이라고 하지만, 그 반만년의 기록이 잘 남아있느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솔거같은 사람에 대해서 쓰려고 하면 몇 줄 나오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기록이 남아 있는 시기로 따지면 미국보다 별로 길지도 않고, 그 시기에는 미술사 자체로 보나 작품/화가당 남아있는 기록으로 보나 명백하게 미국 쪽이 양적으로 (질적인 면은 일단 보류하고) 앞섭니다.
푸/미술사가 기록 중심(이라고 해놓고 인물중심)으로'만' 서술되어야 한다는 건...... 고고미술사학과 애들 단체로 굶겨 죽일 소리군요. 다른 분야는 몰라도 작품들이 떡 하니 남아있는 미술사에서 이런 소릴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좀 거칠게 말해서 미술사랑 '미술가의 역사'랑 헷갈리신 건 아닌지?
d/ 그림만 남아있는 경우와 그림 + 기록이 전부 남아있는 경우는 미술사의 분량이 다릅니다. 이건 상식입니다. 미술가 한 명의 작품과 그에 대한 기록들이 자세히 남아있다면 당연히 그의 생활 내지는 사상, 당시의 시대적 상황, 당시 미술계의 동향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이 달랑 하나 남아있고 다른 작품이 전부 없어진데다가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도 추정을 통해서 몇세기의 작품인지를 추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면, 그래도 미술 자체의 역사는 똑같으니까 미술사의 분량도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설마 미술사라는게 미술 작품의 도판을 아무 설명 없이 죽 늘어놓은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하는 겁니까.
그리고 그냥 작품 숫자로 비교하더라도, 따지고보면 우리나라에 고고미술사학과 애들이 다룰 작품이라고 해서 그렇게 많이 남아있는 것도 아닙니다. 기록이 박살났는데 미술품들만 멀쩡하게 남아있으면 그거야말로 신비한 일이겠지요. 고조선부터 삼국시대까지, 참 길었죠. 그래서 그 시대의 미술품이 얼마나 남아있나요? 그렇다고 남아있는 소수의 미술품들이 그 시대를 대표하는 훌륭한 작품이라서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요. 솔거, 참 훌륭한 화가였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가 그린 그림이 뭐가 남아있나요? 솔거와 20세기 미국의 미술가 한 명을 놓고 미술사에 남기는 '분량'을 비교해 본다면, 작품의 숫자 면에서 보나 개별 작품에 대한 설명 면에서 보나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국 쪽이 압도적으로 많을 겁니다. 솔거와 관련된 내용을 쓴다고 해 봐야 서너줄입니다. "이러저러한 작품을 남겼다고 하지만 전해지지 않는다." 그게 솔거가 훌륭하지 않은 미술가이기 때문은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 수 있습니까. 남아있는 게 없는데요. 역사라는 말이 들어가면 무조건 우리가 훌륭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착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한국폄하가 아니라 실제로 동양미술사학을 꿰고있는 나로서도 '미대생'의 말에 동감합니다.
지식인에서도 한국미술과 서양미술쪽 담당을 하고있는 상황입니다만.
분량이 틀립니다 분량이. 본문의 논지를 파악하시면 '두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 연구되고 책으로 편찬되고 교육되고 있는 부분으로 결정지어지는데, 한국미술사가 얼마나 적은지 모르는 분들이 더 많네요. 한국미술사 연구가 얼마나 더디게 진행되시는지 아시나요. 위 말대로 ~라고 추정하고 있다. 라는 글이 끊임없이 보입니다. 미대 동양학과나 대학원에서 얼마나 기본적인 지식으로 졸업논문을 거저먹는지 보셔야 할겁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에 작가의 수와 근세에 들어와서 생긴 화파나 흐름이 다양하다보니 그 분량이 어마어마한것입니다.
한국 미술이던 한국건축이던 책 10권만 찾아 보십시오. 다양성에서 얼마나 떨어지고 중첩되는 내용만 나오는지.
미더덕 (2011-04-04 23:04)
1등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