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질주

5ch VIP 개그 - 2009-03-11 12:03
이렇게 필사적인 마음이 든 것이 도대체 몇 년만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자전거 페달을 더 강하게 밟았다. 

벌써 숨은 거칠어졌고, 온 몸이 굳어질 정도로 강한 힘을 집중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몸에서는 힘이 빠지고 있었다.
요 며칠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와 칼바람에 귀는 벌써 날카로운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문득, 5년 전쯤 사귀었던 여자가 생각났다.

「마키」

그래, 그 때도 나는 필사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질주했다. 
그녀가 유학면접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는, 새벽 2시에 길거리에서 완전히 취해 울며 전화했던 그 날.
그 날도 1시간 정도 길을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힘들어하는 그녀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 무렵의 추억을, 나는 어느새인가 잊어가고 있었다.
사회에 나오고, 불합리로 가득찬 회사에서 일하며 적당히 편해질 생각만 했다.
필사적으로 매달리지 않은 일에 의미가 있을 리 없다.

옛날의 나는...아니, 괜찮아. 지금부터는 그 시절의 나처럼, 나름의 전속력으로 달려나갈 것이다.
마음 먹은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겠지만, 몇 개는 이룰 수 있으리라.

자, 다왔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의지를 집중했지만, 그와 함께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그러나 나는 더이상 단념하지 않는다. 거의 던져버리듯이 자전거를 세운 후 계단을 뛰어올랐다.


-늦지 않았다.

나는 화장실에서 똥을 쌌다.


댓글

ticknac (2009-03-11 12:03)

갸륵하다!

제이 (2009-03-11 12:03)

좋은 글이라서 감동했어요.

ㄷㄷ덕 (2009-03-11 12:03)

필사의 질주로군요. 그런데 급한데 그렇게 격하게 움직일 수 있는걸까요.
코끼리엘리사 (2009-03-11 12:03)
달리는거는 몰라도 자전거 위라면 그럭저럭 가능하죠 […]
로얄이 (2009-03-11 16:03)
진심을 쓰면 가능합니다

마일드세븐 (2009-03-11 12:03)

누구라도 필사적이 되는 그 순간

할리퀸 (2009-03-11 12:03)

여기 '진심'을 제대로 쓰신분이 또 있군요

여친보다 (2009-03-11 13:03)

여친보다 똥에더 진심이라니...

ㄷㄱㅂㅈ (2009-03-11 13:0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즈크래커 (2009-03-11 13:03)

그 진심의 쿨타임은 20년...

위드 (2009-03-11 13:03)

자전거 안장을 이용해 적당히 출구를 봉쇄..

ㅈㅅ (2009-03-11 14:03)

예지력 상승

슬레이드 (2009-03-11 15:03)

.....아, 이건!

rpgist (2009-03-11 15:03)

이 사례는 저희 회사의 급속진심충전 서비스를 현명하게 이용하신 예입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코끼리엘리사 (2009-03-11 16:03)

그러고보면 이야기의 리듬상이나 요새말은 '싸다'를 보편적으로 더 많이 쓰긴하지만 원론적으로 '싸다'는 제대로된 곳에 내보내지 못한 것이고 '누다'가 되야 무사히 골인한 게 될텐데 …라고 미묘한 딴지를 걸어봅니다.
세르게이 (2009-03-11 18:03)
정말로 미묘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간호사 (2009-03-12 09:03)
제대로 된 곳에 해결했더라도 '싸다'라고 합니다.. 물론 이쪽은 속된 표현.
k` (2009-03-12 19:03)
다른 의미의 '싼다'를 떠올려 봤지만 ... ... 생각해보니 어디가 '제대로 된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 (2009-03-15 22:03)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된것이 '제대로 된 곳'이라면 빨간쪽이 맞겠죠..

미르민 (2009-03-11 18:03)

진심이 느껴져서 웃어버렷다. 하지만 공감도 가버렸다.

하루 (2009-03-11 19:03)

그러게...똥참고 화장실 찾을땐 왜케 심각한 일들만 생각나던지....

케르 (2009-03-11 20:03)

진심을!!!!!1

sidkd (2009-03-11 21:03)

저것이 '카치바노쿠소치카라'인가요?
육식팬더 (2009-03-12 18:03)
'카지바노쿠소치카라'火事場のくそ力
고찰 (2009-03-12 20:03)
역시 일어는 한자가 있어야 알아듣기 쉽구나
Kadalin (2009-03-12 20:03)
그냥 화사장력으로 충분.

뚱뚱한팬더 (2009-03-12 00:03)

예지력 상승.

돌아다니者 (2009-03-12 01:03)

그리고 휴지가 없었다...

작은앙마 (2009-03-12 14:03)

자전거를 힘차게 밟을수 있었다는것 자체가........ 그닥.... 정말 마려울때 자전거 패달을 힘차게 번갈아 밟는다는 상상을 하는것만으로.. ( ;;;``) 무섭구만.. .... 누구 말마따마 안장 끄트머리를 엉덩이에 박아 넣고 달린건가 -_-........
코끼리엘리사 (2009-03-12 17:03)
생각하지 마세요 (실제로 타면서) 느껴보세요. 확실히 풀파워는 힘들지만 적어도 달리는 것보다야…
hunj (2009-03-14 08:03)
난데없이 마지레스 죄송합니다만.. 자전거 (사이클) 동호인인데.. 실제로 "안장을 똥꼬에 박고" 달리면 속도가 올라가는데.. 그 이유가 페달을 밟는 각도가 더 수평으로 되어서 효율이 올라가는거죠. 그만큼 체력소모도 심하지만.. 여튼 "똥꼬에 안장박고" 페달질 하는 건 사이클링 세계에 존재합니다... 저도 한강 따라 산책로에서 자전거 탈 때 터질듯한 똥 참으려고 똥꼬에 안장 박고 달리다가 이동식 화장실 (박스 화장실?)에서 질질 쌌던 경험이 있네요 (...)
... (2009-03-15 22:03)
..... hunj님 최고. 왠지 모르게 납득.

hunj (2009-03-14 08:03)

이거 왠지 단편 개그 만화 소재로 적절한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