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와 여유, 그리고 생각.

5ch VIP 개그 - 2006-08-23 03:08

아주 가끔이지만, 이 블로그의 레퍼러를 훑어볼 때가 있습니다. 어느 사이트에서 어떤 분이 이 블로그를
보아주시는걸까? 하는 호기심에서 말이지요.

그리고 이 블로그를 소개하는 글의 답글도 읽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는 말이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점에서)우리나라와는 개그 센스가 다르네요" "하이개그네요"

라는 것이었습니다. 네, 이 블로그에 소개된 개그 중에는 읽자마자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그런 개그가
있는가 하면, 다 읽은 다음에 한번 더 생각했을 때에야 피식 하고 웃음이 흘러나오거나, 직접적으로는
중요한 웃음의 포인트를 표현하지 않은, 행간을 읽어내야만 그 진정한 개그 포인트를 짚어낼 수 있는
그러한 개그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후자에 속하는 개그들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신선함, 혹은 생소함을 느끼신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얼마나 우리 주위의 개그들이 즉효성, 즉발성 웃음으로 편중되어 있길래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확실히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요 근래의 TV의 개그 프로그램
이나 인터넷의 유머글 중, 한번 머리를 굴려본 이후에야 뒤늦게 깨닫고 무릎을 탁 치며 "으하하!" 하고
웃게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불암 시리즈가 유행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개그가 드물지만
한 두 개씩은 섞여있었던 것 같은데요)

과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웃음조차도 빨리 빨리, 즉시 자극을 줄 수 있는 그런 개그에만
노출되고 익숙해져가는 것일까요.

읽자마자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그런 개그도, 뒤늦게 의미를 깨닫고 무릎을 치며 웃게되는 그런 개그도
잘 섞여, 균형있게 웃을 수 있는(?) 개그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이피 (2006-08-23 21:08)

동감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 개그에도 관심 좀... (....)
리라쨩 (2006-08-27 15:08)
.......

키리코 (2006-08-24 08:08)

나라의 차이(?)인 듯도 싶지만, 확실히 즉발성에 너무 익숙해지고 있었던 것도 같네요.. 어쨌거나 색다른 맛이 좋습니다 언제나 신세지고 있습니다
리라쨩 (2006-08-27 15:08)
'요즘 젊은 애들은 생각하는 걸 싫어한다'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맞는 것인지도. ^^

어르신 (2006-08-25 00:08)

전파만세님의 말을 듣고 보니 참 맞는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바로바로 이해되는 즉흥적 웃음이 많은것 같습니다. 덕분에 날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얻어가고 있는 방문자입니다. ^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리라쨩 (2006-08-27 15:08)
방문 감사합니다.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p.s 그리고 제 닉은 '리라쨩'이라고 불러주세요. ^^

Immorter (2006-09-02 02:09)

사실 그런 개그는 말로 듣거나 화면으로 볼 때는 별로 웃기질 않죠. 글로 전달될 때 제대로 웃기다는 생각이... 드래곤 라자 식 개그도 그런 맥락이랄까요 ^^;

ahnch1 (2007-01-15 12:01)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을 웃기는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zelock (2007-01-15 18:01)

한국 미디어를 다루는 분이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하는 말씀이죠.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는 호흡이 짧고, 빠르며, 순식간이다' 뭐 좀 다르게 적혔을 수도 있습니다만, TV에서 '미디어'의 미 字만 관련된 분이라도 저 말씀은 꼭 집고 넘어가더군요.

꼬마 (2007-01-15 20:01)

음,저는 조금 있다가 웃게되는 개그가 더 좋더군요.(왠지 더 오랫동안 웃게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