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책상
5ch VIP 개그 - 2009-01-29 01:01대입시험을 준비 중이던 겨울방학, 샤프심을 다 쓴 나는 봄에 시집 간 누나의 방 책상을 뒤졌다.
그래서 샤프심과 메모지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레포트 용지를 꺼내고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아마 새벽 2시쯤이었을까.
영어 리스닝 공부를 명목으로 예비학교에서 강매당한 CD를 들으려고 세팅하고, 누나 방에서 가져온 레포트
용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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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타에게
왠지 부끄러운 마음에 너에게 아무 말도 말하지 못하고 시집가게 되어서
언젠가 네가 찾아내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써두는 편지야.
어렸을 적, 울보라서 맨날 누나 뒤만 졸졸 쫓아다닌 유우타.
초등학교 때, 미술시간에 점토로 만든 액자, 나에게 준 거 기억해?
정말로 기뻐서 소중히 하려고 했는데, 남자친구에게 차였을 때 안의 사진과 함께 통째로 태워버려서 미안해.
사춘기가 된 이후로
가족들과 잘 이야기도 나누지 않게 된 유우타를 보면서
네가 벌써 다 컸구나 하는 기쁜 마음과 함께 외롭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어.
그래도 유우타는 집에서는 고집불통이지만, 나는 네가 좀 더 착한 애라는 걸 알고 있지.
좀 더 어른이 되면,
누나의 마음을 알까.
내가 시집을 가도, 유우타는 나의 소중한 남동생이야.
괴로운 일, 슬픈 일이 있으면 뭐든지 상담해.
돈 문제만 아니라면 분명히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면, 건강에 주의해.
아버지 어머니를 잘 부탁할께.
추신:너, 왜 남의 책상을 막 뒤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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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오늘은 (2009-01-29 01:01)
누님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