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필담

5ch VIP 개그 - 2009-01-23 01:01

작년, 돌발성 난청이라고 진단을 받은 아내. 병원을 다니며 이런저런 치료를 계속해 온 아내였지만,
드디어 지난 주「아마 이 정도의 청력으로 점점 안정될 것 같습니다」라는 선고를 받고 말았다.

분명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고 생각하며 함께 집에 돌아왔지만 의외로 언제나처럼 밝은 아내였다.
「나, 수화 배워야 하나?」하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조용한 장소라면, 조금 영향은 받는 느낌이지만
알아들을 수 있고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정도의 청력)

밤에 아이가 잠든 후, 앞으로는 필요하게 될지도? 라면서 둘이 함께 글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처음에는
별 의미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아내가

「미안해요, 괴로워지면 언제라도 말해요. 나 이런 몸이 되어버렸으니까, 언제 이혼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하고 썼다.

그 말을 본 나는 나도 모르게 무심코 큰소리로「너, 이혼하고 싶은거야? 고작 귀 좀 안들린다는 이유로
내가 너와 이혼할 리가 없잖아!」하고 소리쳐버렸다.

아내는 가냘픈 소리로「나,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까, 버리지 말아줘요…」하며 울었다.

아내가 이 건으로 처음 운 것을 보고, 나도 울었다. 쭉 참고 있었겠지만 불안했을 것이다. 괴로웠을 것이다….
얼싸안은 채 울고 있는 우리들을 보며 놀라 깬 3살바기 딸이 훌쩍훌쩍 울길래 토닥여 주었다.

이 따뜻한 가족, 앞으로도 내가 지켜가려고 한다.


댓글

K (2009-01-23 01:01)

계속 누군가가 덧글을 달아주길 기다렸지만 아무도 안달아주셔서 소심하게 1등.....ㅜㅜ

변마 (2009-01-23 01:01)

오-_-! 드디어 첫 댓글을 1등으로 달아보는 영광을 맞는군요! 우후후; (본문은 상당히 감동적인데 아래 댓글들이 개그물로 바꿔버릴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것은 저 뿐일까요?)
변마 (2009-01-23 01:01)
딱 1분차이로 제가 쓴 댓글부터 개그물;;이 되버렸군요ㅜㅜ
rpgist (2009-01-23 08:01)
토닥토닥...
Belle (2009-01-23 17:01)
등수놀이를 안하시면 개그가 안될텐데 (...)

정한솔 (2009-01-23 01:01)

여기에 올라온 2ch 글들은 진짜 감동적인 글과 감동적인 척하다 반전인 글들이 있어서 진짜 감동적인 글도 반전있는 걸로 의심하면서 보는 바람에 감동을 느끼질 못하겠네요. 아 슬퍼라.
KKN (2009-01-23 10:01)
전 감동글인지 반전글인지 모를 땐 일단 감동글로 가정하고 읽습니다. 감동글이라면 마지막 까지 맘 편하게 감동할 수 있고, 반전글이라면 충격이 배가 되니 좋죠.

또리 (2009-01-23 01:01)

아 훈훈하다. 나도 저런 결혼을 빨리 해야.... .....아 물론 지금은 여친도 없지만 ㅠ.ㅠ

(2009-01-23 01:01)

고작 난청 따위로 버려질까봐 걱정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평상시에 남편이 어떻게 행동해왔는지 의심이 갑니다만...? 삐뚤어졌나요, 저...

ㅇㅇ (2009-01-23 01:01)

아 왠지 에로게 엔딩같아...

(2009-01-23 01:01)

이사람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실제로 아무리 사랑받고 살아도 팔하나 날라간다던가 다리가 없어진다 던가 하면 버림받을까봐 두려워서 자살도 생각할수 있는게 인간입니다.
초 하이(후략) (2009-01-23 01:01)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ㅅ' (2009-01-23 06:01)
팔하나나 다리 하나 없어진다고 버릴거면 애초에 사랑하지 않아요.
우왕 (2009-01-23 09:01)
사랑하던사람 팔 하나 없어진다고 버리진 않지만 팔 하나 없어짐으로 인해 추가로 들어가는 돈과 시간과 정성이 누적되면 사랑하지 않게 될 수는 있겠죠.
그러게 (2009-01-23 09:01)
위에 두 분들 정말 아마추어? 많이 아파본 적이 있어서 그런데 정말 아무리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있어도 자신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때 혹시라도 버려질까봐 두려워지는게 사람 마음입니다. 그리고 팔다리 없어지는거는 커녕 사업 망하고 돈 못 벌게 되는것 하나쯤으로 서로 버리는 사람들도 있는데...그 사람들도 지난날에는 사랑했으니 함께 있었던거겠죠.
(2009-01-23 09:01)
우린 사랑의 아마추어...
초 하이(후략) (2009-01-23 12:01)
아마추어라.. 듣기 좋진 않네요. 그저 아직 세상은 순수하다고 믿고픈 사람일 뿐이랍니다.
rpgist (2009-01-23 13:01)
초 하이(후략)/ 마지레스겠지만 헐 님은 요즘 유행하는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를 패러디하신 걸겁니다요.
아스나리카 (2009-01-23 14:01)
사지가 멀쩡해도 가끔 내가 이 사람에게 버림받지나 않을까 생각하는데,,,오죽하겠어요

고찰 (2009-01-23 02:01)

... 「너, 이혼하고 싶은거야? 고작 귀 좀 안들린다는 이유로 내가 너와 이혼할 리가 없잖아!」를 큰소리치지 않고, 표정을 다 잡고 필담을 하는 모습을 상상을 해보았다.
ㅋㅋㅋ (2009-01-23 06:01)
ㅋㅋㅋ
라이 (2009-01-30 10:01)
그리고 화났다는 표시도 해줘야 되지 않나요?ㅋㅋ ㅡㅡ^

간고등어 (2009-01-23 02:01)

저정도면 걍 보청기 끼면 되는거 아닌가.

rpgist (2009-01-23 08:01)

그런데 요즈음 부쩍 훈훈한 이야기가 늘어났군요.

마지레스 (2009-01-23 09:01)

괴벨스 「나, 이런 몸이 되어버렸다능...」 히틀러 「...」 괴벨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능」

작은앙마 (2009-01-23 09:01)

위에 주루룩.. 댓글 다신분들 글을 보다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말하는건 뭐든 믿음이 안가요 -_- 사람이란 생각보다.. 많이.. 불확실한 존재죠.. 그냥 말로 떠들긴 보단 정말 그런일이 닥칠때 잘해야지.. 생각이나 한번 더 해두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_- 뭐 말하고 그런생각 하는것도.. 나쁘진 않겠군요. 그냥 추가로.. 정말 사랑하는 자기 자식인데도.. 열받아서 욱해서 한번 안 때려본 어머니가 -_- 거의 없다죠,... 애는 모르니 울고 말지만 다 아는 어른이라면... 그 한번에도 충격받아 자살할지 또 압니까 -_-...

꼬알 (2009-01-23 10:01)

사람이 원래 이기적이라 그러고 싶지않아도 힘들면 마음이 떠나기 마련이죠.. 그래서 감정보다 의리가 중요한법.

휘바할배 (2009-01-23 11:01)

저게 이혼사유가 되나... ㅡㅡ; 납득이 안가는데 안타깝고 안스러운 상황이지 그레선 살 수 없다하고 이혼하자! 라고 할 상황은 아니지싶은데 아내분께서 너무 깊게생각한듯
지나가던 손님 (2009-01-23 14:01)
저렇게 된 뒤에 다른 이유를 핑계로 이혼 할 수는 있죠...

코끼리엘리사 (2009-01-23 12:01)

자신이 '기능을 잃었다'라는 인식은 생각이상으로 큰 충격이죠. 자신이 쓸모없어졌다고 느껴졌다면 이성적인 판단과 상관없이 그런 극단적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구리아줌마 (2009-01-23 15:01)

음...아이까지 있는 유부녀가 한말씀 올리자면요~ 결혼생활 내내 상대방이 팔한짝 없어져도 상관없어!!! 하는 마인드로 살아가는건 절대 아니랍니다. 결혼을 하면 사랑하는 남녀간의 사이가 아닌 인생을 함께 살아가고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동업자;;가 되기 때문인거 같아요...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전 연인일때보다 지금 더 지극 정성으로 남편의 건강을 챙깁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우리집 가장이고 돈을 벌어다 주고 내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요. 남편이 아프거나 흔들리면 나와 아이의 생활도 같이 무너지게 되니까요. 그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쨋든 전 저 와이프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네요. 아무리 사랑해도 현실앞에서는 변하고 약해지는게 사람이잖아요. 낳은 아이가 장애가 있으면 버리는 사람도 있는마당에...

-_- (2009-01-24 00:01)

말로만 진정한 사랑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죠. 막상 저런 상황이 닥쳤을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던 커플이 한명이 불치병에 걸리자 뒤도 안돌아보고 헤어지는 일도 비일비재 하니까요.
마고꼬로 (2009-01-24 00:01)
흠...그건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닌 듯(..
아스나리카 (2009-01-24 14:01)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변하기 마련이지요.
배리어 (2012-01-31 22:01)
마고꼬로/ 진심의 쿨타임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_-_ (2009-01-24 03:01)

사랑이 모든 걸 먹여 살리진 않습니다 가난과 장애,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고난은 백년가약을 맺은 연인도 깨뜨리기 마련

타마네 (2009-01-24 11:01)

결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장애(성기능 장애[실제 중요사유중 하나입니다. 법률적 판례나 다른 사회적 상식으로도 결혼 후엔 배우자에게 성적 봉사의 의무를 각각 가지고 있습니다.]나 정신적 이상상태...)라면 이혼이 가능합니다만, 저 경우는 글쎄요...

NG (2009-01-24 16:01)

갑자기 만수가 "미안해요, 괴로워지면 언제라도 말해요. 나 국가를 말아먹어버렸으니까, 언제 교체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하고 썼다. 그 말을 본 쥐는 무심코 큰소리로 "너, 물러나고 싶은거야? 고작 경제를 파탄냈다는 이유로 교회절친인 너를 자를리가 없잖아!" 하고 소리쳐버렸다. 만수는 가냘픈 소리로"나,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까, 버리지 말아줘요…"하며 울었다. 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내정. ps. 본문중에 2MB를 쓰면 금칙어를 입력했다고 글 등록이 안되는근영~
만수 (2009-01-25 00:01)
나는 경제의 아마추어...
tf (2009-01-25 03:0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성남발하고싶지않지만 너무웃겨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 (2009-01-29 01:01)

애들 혹은 연애 무경험자가 많네요.

loony (2009-04-12 13:04)

저도 돌발성 난청을 앓았던 사람으로써 (다행히 저는 거의 완치되었지만) 무척 공감이 갑니다. 귀가 안들린다는걸 무슨 음악 감상은 잘 못하겠구나, 사랑한다면 그것도 극복 못하냐... 쯤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은거 같은데. 당신의 손이 속삭일때 같은 만화라도 한번 보시면 얼마나 많은 장애들이 펼쳐지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