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니아 10호
5ch VIP 개그 - 2008-11-30 21:11어느 겨울날 밤, 스페인 마드리드의 거대 전파 망원경이, 띠- 띠- 하며 난무하는 잡음 속에서 한 의미있는
신호를 찾아냈다.
그 의미있는 신호의 방향은 황소자리. 그 신호의 주인공은 파이어니어 10호 목성탐사선.
30년 전, 만물의 근원인 지구에서 발사되어 우주 개척 사상 처음으로 위험한 운석지대를 무사하게 통과했고,
빛나는 운해를 지나 처음으로 거대한 목성의 근접관측을 했다. 거기서 목성의 강력한 인력을 사용하여 시속
13만 킬로로 가속, 이후 우주의 끝을 향해 끝없이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파이오니아 10호는 현재 지구로부터
78AU(1AU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의 지점에 있으며, 시속 약 5만 킬로로 태양계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파이오니아 10호의 설계 수명은 2년이었다. 그것이 30년 후인 지금도 살아 있다.
5년 전 플루토늄 전지의 출력 저하와 NASA의 예산 삭감으로 파이오니아 10호와의 접촉은 중지되었다.
빛으로 11시간이나 걸리는 이 거리에서는 태양도 밤하늘의 별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만물의 근원인 지구의
방향도 모른다. 접촉이 중지된 이래, 파이오니아 10호는 지구로부터 와야할 강력한 전파를 애타게 기다리며
필사적으로 귀를 기울였던 것이 틀림없다.
다시 파이오니아 10호를 찾아내는데만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지구에서는 강력한 전파를 계속 보냈다.
그것을 겨우 우연히 수신한 파이오니아 10호는 매우 기뻐하며 그 방향으로 안테나를 전개했고, 그동안 모은 관측
데이터를 열심히 보내왔다.
파이오니아 10호가 우주의 저 편에서 주인을 다시 찾은 강아지처럼 기뻐하며 까부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파이오니아 10호와의 접촉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현재, 우주로부터의 지극히 약한 신호를 잡음 속에서 구별하는 연구에 파이오니아 10호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김사장 (2008-11-30 21:11)
마치 예전의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의 이야기를 보는 듯..Deepthroat (2008-12-01 13:12)
왠지 예상이 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