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너츠
5ch VIP 개그 - 2008-11-10 16:11학생시절, 서류수속을 위해 1년 반만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의 일.
사실은 하루 묵고 올 예정이었지만 친구들과 놀 예정이 생긴 터라 결국 당일치기로 다녀오게 되었다.
어머니에게 사인이나 도장을 받은 후, 돌아가려고 현관에서 신발끈을 묶고 있자 아버지가 회사에서 돌아오셨다.
말 수가 적고 무뚝뚝하신 분이라 나는 항상 아버지가 부담스러웠고, 함께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던 난 아버지가
귀가하기 전에 끝내고 싶었다. 사실 당일치기, 아니 아예 통학이 불가능한 거리의 학교를 선택하게 된 것 자체가
집에서 나오기 위한 이유 중 하나였다.
아버지가「그냥 자고 가지」라고 했지만 나는「조금 바빠서」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했고, 그러자 아버지는
들고 계셨던 도너츠 상자를 나에게 건내주셨다
「이거 줄테니, 열차 안에서 먹어라. 가면서 배고플테니」
역에 도착하자 이미 전 열차가 출발한지 얼마 안 됐고, 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배도 출출하고 해서, 아버지로부터 받은 도너츠 상자를 열었다.
3개씩 3종류가 들어있었다. 아마 나, 아버지, 어머니 세 가족이 3개씩 먹자고 사오신 것이겠지.
그렇지만 나 혼자 9개를 다 먹을 수는 없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직후-
문득 아버지의 정이 느껴졌다. 그저 그 분은 감정표현이 서투르실 뿐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륵 흘렀다.
여러가지 감정이나 추억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사라졌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안타깝거나 씁쓸했던 기억 뿐이라,
갖고 있던 포켓티슈를 다 쓰도록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다음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나는 역 앞의 벤치에서
계속 쭉 울고 있었다.

모범H (2008-11-10 16:11)
저도 아버지한테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될 날이 올까요 ㄱ- 집이 껄끄러워서 원룸잡아 나온 선어부비취인 저는..하루 (2008-11-11 09:11)
자기자신을 산오브비취라 하면-_- 어머님도 욕하는걸텐뎅..주문 (2008-11-11 09:11)
그러나 딸이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