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5ch VIP 개그 - 2008-06-15 21:06나의 세살바기 딸은 난청.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아내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난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딸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물로 보였다.
아내는 자신을 저주했고, 나도 나 자신을 저주했고, 주위의 건강한 아기를 낳은 친구들을 시기했다.
바보처럼 쓸데없는 자존심이 높았던 나는, 주위사람들에게 딸이 난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싫었다.
세상사람 모두가 싫어졌다. 아내와 딸과 함께 셋이 죽어버리자고 매일 저녁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아내가 나를 향해 이상하게 손을 휘적휘적댔다.
머리가 이상해졌나, 하고 순간 겁까지 먹었을 무렵, 그녀는 말하면서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나 사랑해, 사랑해. 그러니까 당신도 함께 힘내자」
수화였다. 그 때 아내의 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보였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며칠 째 딸의 얼굴조차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딸을 바라보며 피식 웃자, 딸은 방긋 웃어주었다.
그로부터 3년.
딸의 작고 귀여운 손은 오늘도 아름답게 움직이고 있다. 말하고 있다.

L (2008-06-15 21:06)
따뜻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