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5ch VIP 개그 - 2008-04-13 20:04
저는 모 여자 코미디언과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 수수한 외모의 비인기녀입니다.
그렇지만 2ch의 추녀 게시판이나 화장 게시판에서 인기를 얻는 법 관련 게시물을 보고 조금이라도 귀여워
보이려고 그 조언을 따라하다가 너무 의욕에 넘쳐, 조금 오버스러운 스타일로 출근해버렸습니다. 직장의
반응은「하…오, 오늘은 부, 분위기가 조금 다르네요…」하며 분명히 질려버린 분위기. 갑자기 제 모습이
부끄러워진 저는 점심시간에 외출도 안 하고, 직장 내 매점에서 점심을 사먹었습니다.

게다가 평상시부터 조금 저를 깔보는 투의 A선배가 저를 보며 바보취급 하듯이

「오늘 귀엽다∼www 옷이 장난 아닌데? 남자친구라도 생긴거야?」하며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아니요」
하고 대답하자「역시∼, 뭐,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지만www 전에 사귄 건 언제 이야기야? 지금까지 몇 명이랑
사귀어봤어? 혹시 남자친구 한번도 못 사귀어본 거 아냐? 정말 처녀 아니야?www」

하고 웃으면서 저를 궁지로 몰아세워, 저는 분노와 분함과 부끄러움으로 가득 찼습니다만, 딱하게도 아무 말도
못한 채, 말주변머리 없고 화도 잘 못 내는 자신을 원망하며 망연자실 서 있었습니다. 주위에는 이미 점심식사
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씩 돌아온 상태였기에 그 대화를 몇 명이나 들었나 생각해보면 죽고 싶어졌습니다.

바로 그 때, B선배가 다가왔습니다. B선배는 아이돌 배우 스잔느를 닮은 미인인데다 일도 잘 하는 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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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그야말로 초 된장끼 넘치는 느낌의 행동패턴인데다 말투도 조금 거북함이 들 정도로 애교말투를 쓰는 편
이었기에 A선배처럼 이번에는 B선배에게까지 바보 취급당하는 건가 싶어서 울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 B선배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전혀 예상 못한 말을 했습니다.

「A!! 무슨 말을 하는거야? 여자는 몇 살이 되더라도 청순함이 중요해! 그걸 몰라서야 절대 인기녀가 될 수
   없다구. A는 지금까지의 남성관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그 생각은
   어이없는 생각이라궁☆」

라면서 A선배의 이마를 집게 손가락으로 살짝 밀었습니다. 멍하니 서 있는 A선배를 향해 B선배는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가르쳐줄께! 아무리 A가 대단한 수의 남자경험이 있다고 해도, 그건 전혀 자랑거리가 아니얏!」

그 말에 A선배도 조금 열이 받은 것 같았습니다.

A선배가「잠깐, 이거 듣자듣자 하니까 사람을 무슨 걸레처럼…」이라고 따지려는 순간 B선배는 그것을 차단
하듯이,

「안 돼! A, 아무리 A가 엄청난 수의 남자경험이 있다고 해도, 자신을 '걸레'라고 깎아내려서는 안 돼!」라고
 
절규한 뒤, 갑자기 깜짝 놀란 것처럼「아앗!! 나도 참, 아무리 A가 자기 자신을 걸레라고 자랑하는 것을 꾸짖기
위해 그랬다고는 해도, 그런 상스러운 말을 해버렸다! B는 바보!바보!바보 바보양!!」(정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 하고 자기 머리를 가볍게 주먹으로 콩콩 쳤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새 사람들은 몰려든 상태였고, 이야기를 들고는 하나같이「A씨는…」하며 소근소근대고
있었다. A선배가「아, 아니야! 오해야!!」라고 말한 순간, B선배는 또 그것을 차단하며「아! 이제 점심시간도
끝났어요! 빨리 자리로 돌아가서 일하지 않으면 월급도둑이겠죠?」하고 모두를 부서로 몰아냈다.

그리고도 한참을 멍하니 서있던 저였지만, 곧 통쾌한 기분이 복받쳐올라 웃음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일하다가 B선배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방금 전 일,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하자 B선배는「응~? 나는 아무
것도 안 했는데?」하고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시치미를 떼어주었습니다.

게다가「그 핑크색 니트 말이야, 너무 예쁘다. 잘 어울려. 전에 입었던 검은색 바지에 매치해서 입으면 잘 어울
릴거야」라는 어드바이스까지 해줘서 며칠 후 그렇게 입었는데, 전과 달리 매우 평판이 좋았습니다. -전에는 흰
색 레이스 치마였기에 너무 오버한 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를 감싸주기도 했고, 의상에 대한 어드
바이스까지 해준 B선배를 단번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무용담이랄까, 조금 미묘합니다만, 저로서는 매우 통쾌한 일이었습니다. 읽기 어려운 장문입니다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홍구 (2008-04-13 20:04)

으으윽 1등인가

월오브제리코 (2008-04-13 20:04)

오오 2등

야수 (2008-04-13 20:04)

우홋 멋진선배

땅콩샌드 (2008-04-13 21:04)

그래서 그 선배가 지금 옆에 누워있다 이거로군. 추억의 개그 개그 개그.

세리카 (2008-04-13 21:04)

오... 그 선배 왠지 멋진데요

Clyde (2008-04-13 21:04)

멋지네요!
ww (2008-04-13 23:04)
아 시발쿰

고양아,멍멍해봐 (2008-04-13 22:04)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일본의 일상은 왜 이렇게 만화같냐구...
Kadalin (2008-04-13 22:04)
"헉 꿈이었쿠나"
ww (2008-04-13 23:04)
여기도 있었네 아 시발쿰

꿀꿀이 (2008-04-13 22:04)

오오 간만에 멋진 여성 포스팅~!

(2008-04-14 01:04)

저게 현실에서 이야기라면 정말 뭐랄까 권모술수가 판치는?(....)

지나가던무명 (2008-04-14 10:04)

B선배 멋지다 ㅠㅜ

aolol (2008-04-14 10:04)

A선배는 츤데레 남자로 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TECCI (2008-04-14 11:04)

멋지군요, 저는 옷을 도저히 어떻게 입을 줄 몰라 늘 청바지를 애용합니다만, 치마를 입고 나갔더니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느껴져 곧 집에 돌아온다거나 주위사람에게 물어서귀찮게 하지요 ㅠㅠ

(2008-04-14 13:04)

옷따위, 사치품일 뿐입니다. 네, 사치품일 뿐이에요. 사치품이죠... ...그래서 제가 맨날 회사에만 처박혀있나 봅니다ㅠㅠ

CHiKA (2008-04-14 14:04)

옷을 바꿔도, 스타일을 바꿔도.. 어차피 남자는 가슴밖에 안봐
고양아,멍멍해봐 (2008-04-14 15:04)
현명하시군요★
카인 (2008-04-14 15:04)
난 엉덩이도 본다고.
에른스트 (2008-04-14 15:04)
저는 가슴은 안 보지만, 얼굴, 둔부,몸매, 허리등을 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 여성의 친구들이 양아치인지 아닌지를 봅니다. 미모가 뛰어나도 친구들이 양아치인 경우라면...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양아치들에게 굴욕을 당하게 되고, 조강지처클럽처럼 그녀들에게 과격한 보복을 결심하고 싶어질겁니다.
steelord (2008-04-14 19:04)
본인은 다리부터 훑어 올라오면서 본다능. 물론 스타킹이나 무릎위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었다면 경험치는 2배 솔직히 슴가는 크던 작던 별로 상관 안한다능. 나름대로의 깊이가 있다능.
Humm (2008-04-14 19:04)
인생의 진리
Clyde (2008-04-14 22:04)
가슴이 D컵이어도 옷을 잘못 입으면 가려집니다
고찰 (2008-04-14 22:04)
가슴 따위를 좋아하는 놈들은 다 풋내기지, 라며 엉덩이의 중요성을 강조한 명언이 생각나는군요..
코끼리엘리사 (2008-04-14 22:04)
어디선가는 유명한 이야기로. 10대에는 얼굴. 20대에는 가슴, 30대에는 엉덩이 40대에는 다리, 50대에는 발을 본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라고 여기서도 전에 썼던 듯한 기억;] 아무튼 어쩐지 통통한 힙이 눈에 들어오는 요즘입니다. [...]
e-motion (2008-04-14 23:04)
전 목소리에 뿅가요. 얼굴이 웬만한 박색이라도 부드러운 톤, 세련된 단어 이런 것 등에 제 마음은 두근두근. (단, '웬만한'입니다. 예전 회사 대표전화 상담원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등에서 식은땀이 흐를 외모와 몸을 가지셨더군요. 제가 그런 것에 굉장히 관대함에도 불구하고..)
우왕 (2008-06-06 19:06)
나이를 먹을수록 여자를 보는 관점이 점점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네요ㅋㅋㅋ

익명희망 (2008-04-14 20:04)

이 글의 교훈: 일단 취직해라
e-motion (2008-04-14 22:04)
또다른교훈: 1. 인터넷 정보 너무 믿다간 새된다 2. 여자들은 옷얘기에 넘어간다

마일드세븐 (2008-04-17 19:04)

왠지 B가 2ch 에서 주인공을 코치해준게 아닐까 싶은.. +그날 '어이없는 일 당해본 사람 모여봐' 라는 A의 스레가 생겼을지도?

ㅁㅁ아빠 (2009-07-05 10:07)

"사람 바보만드는 것이 쉽다는 것을 깨닫고 착하게 살아가자는 교훈"이라고 생각했는데, 댓글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글의 교훈: 일단 취직해라"

... (2009-12-17 18:12)

천연 아닌가.. 근데 된장녀끼는 머지 'ㅅ'

잉잉 (2010-07-05 22:07)

왠지 B선배의 따뜻함에 눈물이 나는군요 ㅠㅠ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