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가모 구두
5ch VIP 개그 - 2007-12-08 23:12예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영업일 때문에, 카탈로그나 상품견본, 수십종의 자료를 들고 전철로 다니면서
영업을 하곤 했다. 나도 자동차 면허를 갖고 있기는 했지만 신참 여직원에게 회사차가 주어질 리 없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니다보면 정말 발이 너무나 아팠다. ecco의 비교적 굽이 낮은 펌프스를 신고
다녔지만, 그런데도 매월 구두를 바꿔야 했을 정도로 많이 걸어다녔다. 그렇게 팅팅 부은 발로, 집에
돌아갈 때는 스니커즈를 신고 돌아가기도.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자료를 가지러 갔다가 빌딩 엘리베이터가 오후 11시가 지났다고 운행을 중지
했다··orz
8층까지 구두를 벗고 손에 든 채, 가방과 봉투를 껴안은 채 계단으로 올라가며,
「다리 너무 아프다··아파 우우(반울음) 힘내자, 힘내자구! (그날 안으로 보고서를 정리하지 못으면
봉급이 깎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ω;`)」
그렇게 울먹이며 중얼거리던 모습을 우연히 상사가 발견했다.
상사 「··괜찮은거야?」
나 「네, 이번 달 분 보고서만 올리면 되니까, 어떻게든 될 겁니다」
그리고 얼마 후, 보너스가 나오는 날, 갑자기 같이 회식 한번 간 적 없는 그 상사가 나를 불렀다. 별로
명품과는 인연이 먼 나로서는 가본적도 없는 긴자의 페라가모 본점으로 말이다.
우리 회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업종이었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며 가보자, 놀랍게도 나의 구두를 사주었다. 그것도 6만엔이 넘는 비싼 갈색의 투톤컬러구두. 너무
놀라며「이런 선물은 받을 수 없어요」라고 하자,「그만큼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 갚아」라고··
그래서「이런 비싼 구두를 신고 다닐만한 곳도 없구요」라고 하자「평상시에 신고다녀」라는 것이었다.
나는「그렇지만··(이렇게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아파서 아마 절대로 걸어다닐 수 없을텐데)」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괜찮으니까, 신어봐」라고 재촉받았다.
가게 안에서 20분 정도 신어보자, 딱히 쿠션이 있는 소재의 안창이 아닌 것 같은데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너무 놀랐다. 한마디로 안락, 신는 것 자체가 안락한 느낌.
과연 세상사람들이 비싼 구두를 사는 이유를 깨달았다.
결국 반년 후에는 영업용 차량를 받을 수 있었고, 전처럼 발이 너무 아파 울면서 집에 돌아갈 일 따위는
없어졌다. 그 구두도 1년 정도 신었을 무렵 망가져버렸지만, 아직도 버리지 않았다.

H14 (2007-12-08 23:12)
페라가모 구두를 만드는 것을 한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는데, 발 아래쪽 움푹 들어간 부분을 지탱하는 금속의 아치를 넣어 발을 편하게 하더군요. 저희 어머니도 면세점에서 떨이세일하는것을 사서 신으시고는 다른 신발은 못신겠다고 하세요. 왠지 신어보고 싶지만... 저 가격이면...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