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 해커편(2)
5ch VIP 개그 - 2007-12-04 01:12중학교 1학년 무렵, 데스노트가 대유행했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등장하는 'L' 같은 캐릭터가 멋지다고
생각해서 항상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눈만 동그랗게 뜬 채 항상 혀를 내밀고 생활하곤 했다. 생긴 건
전혀 그렇게 안 생겼지만 사실은 굉장한 실력의 해킹실력을 갖춘 것 같은 캐릭터를 학교에서 연출했다.
학교에서 PC 수업이 있으면, 제멋대로 커맨드 프롬프트를 열고 의미도 모르는 채 타이핑하며 해커를
연기했다. (물론 적당히 그럴 듯 하게)
그러자 옆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이
학생「오! 대단해! 이거 뭐야? 어떻게 하는거야?」
하고 말을 걸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 「응? 아, 난 해커야. 조금 이 PC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나쁜걸ww」(나도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모름)
나 「대개 요즘 OS들은 너무 속도가 늦어ww 그래서 살짝 내가 손 좀 볼까하고」
아아 부끄럽다…너무 부끄럽다…
그렇지만 그 학생은 PC에 대해 잘 몰랐기에 여전히 호기심 가득인 얼굴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거기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입력했기 때문인지 이상한 윈도우가 떴고, 닫는 방법을 몰랐던 내 머릿 속에선
·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구한다
· 자력으로 어떻게든 해본다
· 이 PC, 고장났는걸 하고 대충 둘러댄다
의 선택지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여기서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내 캐릭터가 무너질까 두려웠다.
학생 「왜그래? 빨리 해! 이제 슬슬 발표시간이야」
나 「아, 아. 잠깐 실수를 했을 뿐이야. 잠시 후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어」
하고는 말했지만, 왠지 닫는 버튼을 눌러도 윈도우가 닫히지 않았다. 그렇게 초조해하는 사이, 내 발표차례가
왔다.
선생님 「다음」
나 「음, 음~음~음…
(눈치채지 못한 척,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선생님 「뭐하는거야? 너 차례잖아」
나 「아니, 저…」
선생님이 나에게 쿵쾅쿵쾅 접근했다. 이미 내 머릿 속은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선생님 「응?…다운됐잖아? 너 뭐한거야?」
모두가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꾸중을 듣고, 뒤에 있던 다른 학생이,
「무슨 개폼을 잡는거야www 컴맹같으니ww」
그 말에 옆에 앉았던 녀석마저 킥킥 웃었다.
나는 울상이 되어 변명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교무실로 불려가서 1시간이나 설교를 받았다.

나나미 (2007-12-04 01:12)
오! 1등! 그나저나 중1때가 데스노트 유행이라니... [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