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와 아버지
5ch VIP 개그 - 2007-08-13 08:08할만한 게임이다.

아버지는 발매 당일, 패미컴용 드래곤퀘스트4를 사오셨다.
게임을 좋아하는 우리 형제는 물론 아버지도 돌아가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을 했는데, 나와 동생이
차례로 게임을 클리어 할 때까지도, 아버지는 왠지 쭉 게임 초반부에서 레벨 노가다로 5~6만에 이르는
골드를 모으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2를 할 때도 멤버 전원의 레벨을 MAX까지 올리거나 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런 단순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신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한번 클리어 한 이후
에도 나나 동생이 다시 한번 플레이를 할 때 캐릭터가 강하거나 돈이 많으면 또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애정으로 우리 형제를 위해 그런 플레이를 하셨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덧 나와 동생도 모두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 생활하고 있었던 무렵, 아버지가 입원했다.
문병선물로 왠지 나는 게임보이와 드래곤 퀘스트 1,2,3를 사서 가져갔다. 병실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뼈와
가죽만 남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내가 선물을 건내주자 매우 기뻐하셨고, 지루한 입원생활을 그것과 함께
보내신 것 같다. 이제는 더이상 나와 동생을 위한 돈 모으기 플레이 따위는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버지.
마음껏 모험을 떠나세요, 아버지.
아버지는 더이상 식사를 하지 못하고 영양주사로 식사를 대신하게 되자, 자기가 캐릭터 이름을 마음대로
붙일 수 있는 드래곤 퀘스트3의 캐릭터들에게 이런 이름을 붙였다.
용사 고로케, 무투가 핫바, 승려 돈까스, 상인 오뎅
「아 빨리 건강해져서 이거 먹고 싶어」하며 웃는 아버지. 뼈만 남았을 정도로 야윈 아버지의 모습을 본
것은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지금은 당시 아무 것도 먹지못했던 그 때의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이 체중도 폭발적 증가! 퉁퉁해지신
상태로「아들아, 드래곤 퀘스트8은 아직 출시 안 됐냐?」하고 전화하시는 아버지입니다.
퇴원 축하합니다.

카에 (2007-08-13 08:08)
첫 리플이군요+_+ 그나저나 뭔가 반전삘이네요;ㅅ; 훈훈해요~